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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출산, 육아

37주 임산부 폐결핵 진단 후 대학병원으로 전원.

by GoodLife120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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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임신초기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던 임신생활이었다. 2019년 11월에 첫 임신이 된걸 알고 난 후 2020년 1월 2일, 새해 첫 진료때 계류유산 소식을 알게되어서 1월 3일에 바로 소파술까지 했던 경험이 있던지라 2020년도 4월에 다시 임신이 된걸 알고 난 후에도 유산에 대한 불안감은 떨칠수가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또 아기 심장소리가 보통 아기들과 다르게 늦게 뛴다는 선생님의 소견에 '대체 난 왜이럴까, 아기를 가지면 안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초기때부터 매주 병원가서 유산방지주사맞고 혈액을 묽게 해준다는 아스피린 처방도 받고하면서 아기가 다시 건강하게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래도 그 와중 나름 다행이라고 느꼈던건 입덧이 심해지면서 아기가 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구나 했던 것. 입덧은 그야말로 너무 힘들고 정신상태마저 피폐해지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불행중 다행이랄까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그나마 집에서 잘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중간엔 너무 힘들어서 입덧약을 처방받아 매일 먹었고 잠도 엄청 잘잤는데, 그건 약기운에 잠드는것 같았다. 현재 38주 막달인 지금 잠을 못자는게 가장 힘들다. 

 

그래도 나름 힘든 초기생활을 지나고 중기, 후기에 접어들면서 딱히 큰 이슈는 없었다. 아기도 잘 자라고 있었고, 입덧도 10월쯤되어선 거의 다 나아졌었고. 그냥 내가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찌는거 외에는 선생님이 뭐라고 딱히 하신말씀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포스팅에서 이어서 막달검사에서 폐에 이상소견이 발견되고, 결핵약을 복용하기 시작하게 되면서 급 몰려드는 불안감....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은 만큼 나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인거 같다. 일단 어릴때부터 아토피를 달고 살았고, 20대 초중반때 결핵을 이미 한번 앓았으며 임신해서는 입덧까지 심한걸보면 그닥 건강체질은 아닌걸로 보인다. 

 

아무튼 토요일에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마지막 진료를 보고, 병원을 전원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 다음주 월요일에 바로 대학병원 진료를 보고 싶었다. 막달이니만큼 빠르게 선생님을 뵈어야 할 것 같았는데 이미 토요일 예약상담시간이 끝나버려서 월요일에 연락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감동적이게도 주치의선생님께서 친히 대학병원 선생님께 직접 전화를 해주셔서 다음 월요일에 원래 당일 예약이 안되는데, 당일접수로 맨 마지막에라도 진료를 봐주기로 하셨다. 민폐이지만 그날 임산부 단축근로를 1시간 쓰고 병원에가서 대기를 했다. 결핵판정을 이미 받은터라 나를 회복실로 격리(?)ㅋㅋ시켜서 대기시키셨다. 전염성이 있을것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판단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병원에서 그렇게 철처히 해 주니 나름 안심이 되기도 했다. 

 

4시 반정도에 가서 당일접수를 하고 이것저것 정보를 작성한 후에 1시간 반정도 기다려서 6시에 가장 마지막 환자로 진료를 보게 되었다. 

 

담당 교수님께서는 이미 나를 진료해주신 호흡기내과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해 놓으셨고, 내 전 주치의 샘과도 직접 통화를 하신터라 나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계셨다. (감동...) 난 임신부터 모든것이 처음겪는일이라 엄청 긴장하고 들어갔는데 의외로 선생님은 별것 아니라는듯이 쿨하게 말씀해주셔서 솔직히말해 자세히 상세히 말해주신건 아니었지만 아주 안정되게 돌아온 날이 되었다. 

 

병원 가기 전, 내가 갖고 있던 의문증이 해결된건 아래와 같다. 

 

 

1. 막달에 발견되어서, 약을 먹기 시작한지 2주 안에 아기가 나오면 저와 격리를 해야 하나요?

-> 전염성이 거의 없는걸로 판단되지만, 그래도 결핵약 복용 2주 안에 나오게되면 격리를 해야 한다.

 

 

2. 제왕절개를 해야될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가요?

-> (내진을 해보시더니) 아기 내려오려면 한참 남았다. 절대 2주 안에 안나올거니, 약 제때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자연분만 하자. 

(여기서 아기가 약먹은지 2주내에 나왔을때 격리를 하게되면, 아기만 병원에 계속 있어야하는건지 여쭤보려 했는데 딱히 2주안에 나올것같지 않다고해서 이 질문은 못했다.)

 

 

3. 1인실 병원비가 비싼걸로 알고 있는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결핵때문에 1인실을 쓰게 되면 어떡하죠?

-> 결핵때문에 1인실을 쓰게 된다면 나라에서 지원해주는게 있으니 병원비는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될듯. 

 

 

4. 조리원에서 감염성이 없다는 진단서가 있어야 입소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것도 작성 해 주실 수 있나요?

-> 일단 언제 낳을지 모르니 낳고 이야기하자. 그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초음파의 신이라 불리는 교수님이셨는데 일반 베드에 누워 초음파를 아주 잘봐주셨고, 막달들어 처음으로 내진이라는걸 해 봤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었다. 여자 교수님이셔서 그런지 남자 샘보다 좀 덜 수치스러운(?) 것도 있었고 나이가 조금 있어보이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모처럼 아주 쿨하게 진료를 봐주셨다. 

 

가장 안심됐던건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아기가 아직 나올 생각이 없다는 것. 막달들어 배도 뭉치고 좀 몸이 힘들길래 아기가 빨리 나오려나보다, 12월에는 안되는데..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 지금 글을 쓰는 이 시점도 1월 2일 아침이고 담당 교수님은 오히려 예정일 넘겨서 유도분만 할 수 있으니 운동 열심히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산부인과 진료를 보고나서 이렇게 마음이 평온한건 정말 오랜만. 

 

그동안 걱정이되어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기가 빨리 나올까봐) 운동도 아예 안해버렸는데 이제 운동을 피할 핑계거리는 찾지 못할 것 같다. 

 

1월 6일엔 호흡기내과 진료가, 1월 7일엔 또 산부인과 진료가 예약되어있는데 마지막까지 부지런히 병원 다니면서 아기 꼭 순산해야겠단 생각만 든다. 

 

 

혹시 이 글을 보시고 막달검사에서 폐결핵 이상소견으로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시는 산모님들이 계시다면, 꼭 병원가서 호흡기 내과 진료를 보셨으면 좋겠다. 혹시나 엄마가 감염성이 있는채로 아기가 태어나면 면역력이 약한 아기가 태어나자 마자 결핵균에 노출될 수 있으니 이건 꼭 체크 해 보시기를. 

 

그리고 막달에 대학병원으로 전원하는것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곳이 대학병원이다보니 오히려 여기서 아기를 낳는게 좀 더 안심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내 몸이 온전히 건강치 않으니 다른 전문의 교수님들이 계신곳에서 안전하게 아기를 낳는게 나을듯하다. 

 

마지막으로 이제 결핵약을 먹은지 오늘로 10일째가 되었는데 어서 2주 딱 채우고 아기 순산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부터 짐볼운동을 시작했는데 환도뼈라 해야하나, 뒷쪽이 얼마나 아픈지 자다가 방향 바꾸는것도 악소리나게 아프다. 운동 열심히 꾸준히해서 아프지만 순산하고 얼른 내 몸도 되돌려야겠다싶은 생각이 든다. 

 

이제 예정일 12일 남았는데, 기쁨아 너도 힘들지? 조금만 참고 나와서 반갑게 만나자! 우리 열심히 운동하자구!

 

임신 막달에 이슈 있으신 임산부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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